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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선 땅, 달빛이 희미하게 깔린 깊은 밤. 적막이 감도는 마을 어귀에 한 사내가 쓰러져 있었다. 피가 스며든 흙길, 아직 따뜻한 그의 손끝이 마지막 생명을 부여잡으려 꿈틀거린다. 눈은 이미 흐릿해지고, 의식은 점점 저승의 문턱으로 이끌려 간다.
사내의 이름은 박서운. 관직을 지내던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으로 집안이 몰락하고, 그가 간신히 살아남아 목숨을 부지해온 지 몇 해째였다. 그러나 마을 유지의 간계로 또다시 목숨을 위협받고, 끝내 그는 칼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 아직 죽을 수 없어."
피를 토하며 서운은 이를 악물었다. 그때, 시커먼 연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순간 사내의 몸이 떠오르더니, 그를 둘러싼 세상이 희미하게 일그러졌다.
“이곳은 어디냐...”
눈을 뜬 그는 끝없는 어둠 속, 붉은 색의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 서 있었다. 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도포를 걸친, 무겁고 깊은 눈을 가진 사내.
“박서운, 네 놈의 수명이 다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도다.”
그 사내는 염라대왕이었다.
서운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는 쉽게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왕이시여, 저의 죽음은 억울합니다. 잠시라도 삶을 되돌려 주신다면, 이 억울함을 풀고 돌아오겠습니다.”
염라대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사람의 생명은 하늘이 정하는 법.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눈빛 속에는 흥미로운 기색이 어렸다.
“그러나... 네가 감당할 수 있다면, 내 너에게 시험을 내리마.”
염라대왕은 손을 들어 저승의 문을 열었다.
“이 문을 지나, 저승의 경계를 벗어나 다시 살아날 기회를 주겠다. 하지만 단 하나, 네가 인간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서운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과 사의 경계에 선 그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염라대왕과의 거래가 그를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인가?
태그:
#전설 #염라대왕 #생과사 #조선시대 #신비한거래 #구원의이야기
디스크립션:
조선시대, 한 사내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후 염라대왕 앞에 서게 된다. 원한에 가득 찬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염라대왕과 위험한 거래를 시도한다. 살아남기 위한 사내의 처절한 몸부림과 염라대왕의 엄격한 심판이 교차하며, 인간의 욕망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연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염라대왕과의 거래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인가?
1: 저승의 문턱에서
박서운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싸늘한 바람이 그의 뺨을 스쳤다. 눈을 떠보니 그는 낯선 곳에 서 있었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어둠, 끝이 보이지 않는 붉은 지평선. 그의 앞에 서 있는 한 사내가 서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운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고통스럽게 쓰러져 있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깨끗한 옷, 말끔한 몸. 그러나 가슴속 깊은 곳에선 뭔가 쏟아져 나올 듯한 불안이 일었다.
"여긴... 어디냐?"
사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의 수명이 다해, 이곳으로 오게 되었느니라."
서운의 입술이 떨렸다.
"설마... 여기가 저승이란 말입니까?"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서운. 너의 삶은 이곳에서 끝이 났다."
"아닙니다!" 서운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직 저에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억울합니다. 저는... 아직 죽을 수 없습니다."
염라대왕은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고개를 숙인 서운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억울함이 없는 죽음이 어디 있느냐."
대왕의 목소리는 무겁게 울렸다.
그러나 서운은 포기하지 않았다.
"부디 잠시라도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가문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염라대왕은 조용히 서운을 내려다보았다.
"네 마음속에 남아 있는 미련이 그리도 크다면, 내 너에게 기회를 주마."
서운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나 시험을 내리겠다. 그 시험에서 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염라대왕은 손을 뻗어 붉은 지평선 너머의 문을 열었다.
"이 문을 통과하면 너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네가 욕망에 흔들리고, 분노에 휩싸인다면... 다시 이곳으로 끌려오게 될 것이다."
서운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대왕이시여."
그는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문 너머에는 아득한 빛이 비치고 있었다.
"지금부터 너의 시험이 시작된다."
서운의 발이 문을 넘는 순간, 그의 몸이 가벼워지며 빛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2: 거래의 조건
눈앞이 번쩍이며 뜨거운 햇살이 박서운의 뺨을 때렸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요동쳤다. 그는 자신이 쓰러져 있던 흙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살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눈가에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하지만 숨을 돌릴 틈은 없었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주변을 살폈다. 눈에 익숙한 마을 입구였다. 그가 칼을 맞고 쓰러졌던 바로 그곳. 그러나 어딘가 낯설었다. 사람들의 모습은 분명 전과 같았지만, 그들이 서운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랐다.
"박서운이 살아났다니… 이게 무슨 조화람."
한 노파가 혀를 차며 손사래를 쳤다.
서운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가슴속에서 불길한 기운이 꿈틀거렸다. 이곳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지만은 않았다. 염라대왕의 경고가 뇌리를 스쳤다.
“욕망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서운은 이를 악물었다. 복수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았다. 마을 유지 이방 최만석. 그가 서운의 아버지를 모함했고, 서운마저 제거하려 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욕망이 자신을 다시 저승으로 이끌지 모른다.
서운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거래를 맺었으니, 염라대왕이 언제든 그를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 마을 한가운데서 들려온 불길한 소식
서운이 시장 한복판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귓가에 파고들었다.
“이방 나리가 어젯밤 큰 변을 당했대.”
“어허, 조용히 하게! 관가에서 아는 체하다 큰일 당할라.”
서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최만석이… 죽었다고?"
서운은 서둘러 최만석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저택은 이미 경계가 삼엄했다. 관아에서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서운 형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 시절부터 따르던 정필이었다.
"무사하셨군요. 형님께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다들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형님이 다시 돌아오시자마자 저 일이 터졌다니…"
서운은 정필의 말을 듣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내가 돌아온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순간, 귀에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사람의 생명은 하늘이 정하는 법. 함부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서운은 의심했다. 자신이 살아남은 대가로 누군가 다른 목숨이 대신 앗아간 것이 아닐까.
“이방을 해친 것이 누군지 알아보자.”
서운은 조용히 마음을 다잡았다. 복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방 최만석의 죽음은 오히려 서운에게 또 다른 시련이 될 수 있었다.
“욕망에 휩싸여선 안 돼. 시험은 이제 시작이야.”
그렇게, 박서운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었다.
3: 삶으로 돌아온 순간
박서운은 마을을 천천히 걸었다. 시장통은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했지만, 그의 눈에는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오랜만에 살아 돌아온 세상은 분명 같으면서도 달랐다.
서운은 억눌린 숨을 내쉬었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을 수군거렸다.
“분명 저자는 죽었다 하지 않았나.”
“사람이 저승길을 다녀온 게 분명해.”
서운은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등에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을 떨칠 수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듯했다.
그때, 저 멀리서 사내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서운 형님!”
서운은 고개를 돌렸다. 그를 부르는 사내는 정필이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이자 마을에서 유일하게 서운을 믿고 따르는 이였다.
“형님, 정말 살아 계셨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서운은 피식 웃으며 정필의 어깨를 두드렸다.
“길게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라지.”
정필의 눈빛에는 반가움과 동시에 의심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형님,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형님이 깨어나시던 날… 그 이방 나리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서운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
“이방 최만석이 죽었다는 게 사실이냐?”
정필은 주위를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어젯밤에 그의 집에서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형님이 돌아오시던 날 밤에.”
서운은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멈췄다. 염라대왕의 경고가 귓가를 맴돌았다.
“너의 욕망과 분노가 다시 불타오르는 순간, 죽음은 너를 다시 찾아올 것이다.”
서운은 이를 악물었다.
‘이방이 죽은 것이 나 때문일 리 없다. 그가 죗값을 치른 것뿐이야.’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
“형님, 설마…”
정필이 입을 떼려는 순간, 서운은 그를 막아섰다.
“아니다. 그 일은 나와 무관하다.”
정필은 서운의 눈빛을 읽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 속엔 의구심이 가득했다.
✦ 집으로 돌아온 서운
해가 저물 무렵, 서운은 오랜만에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초가집은 그대로였지만, 몇 년 동안 주인이 없던 탓에 더 퇴락해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안으로 들이닥친 먼지가 서운의 얼굴을 덮었다.
“이곳도 다시 정리해야겠군.”
그는 방 한가운데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염라대왕과의 거래, 살아 돌아온 대가, 그리고 최만석의 죽음.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시오?”
서운이 문을 열자, 문 앞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낯설지 않은 얼굴.
“서운 도련님… 오랜만입니다.”
서운은 놀란 기색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바로 이방 최만석의 딸, 최연화였다.
“연화…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연화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하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서운은 복잡한 심경으로 그녀를 집 안으로 들였다. 연화의 등장과 그녀가 전하려는 말이 앞으로 닥칠 파란을 예고하는 듯했다.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염라대왕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서운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4: 유혹의 그림자
최연화는 방 안에 조용히 앉아 고개를 숙였다. 박서운은 잠시 망설이다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촛불이 흔들리며 두 사람 사이의 어둠을 길게 늘였다.
“연화야, 아버지 일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서운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연화는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도련님은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서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냐?”
연화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촛불을 응시했다.
“아버지께서는 살아생전 도련님과의 일로 마음이 편치 않으셨습니다. 그게… 결국 화를 부른 것이 아닐까요.”
서운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리는 듯했다.
“너의 분노와 욕망이 시험을 넘어서는 순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서운은 고개를 저었다.
“연화야, 나는 그 일과 무관하다.”
연화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도련님께서 돌아오신 날 밤, 아버지가 싸늘하게 죽은 채로 발견되었으니 말입니다.”
서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 손을 꽉 쥔 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저는 도련님을 믿습니다.”
연화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서운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화의 얼굴에는 아련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아버지께선 비록 나쁜 일을 많이 하셨지만, 저는 도련님께만큼은 앙심을 품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도련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서운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했다. 연화는 어린 시절부터 서운을 따랐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서운의 집안이 몰락하면서, 연화와의 인연도 멀어졌다.
“네가 날 믿어준다니 고맙구나.”
서운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 순간, 연화는 서운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도련님… 저를 떠나지 말아 주세요.”
서운은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연화를 바라보았다.
“연화야, 이건…”
연화는 촛불 너머로 서운의 눈을 응시하며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마을 사람들이 저희 집을 노리고 있습니다. 저 혼자서는 이 집을 지킬 수 없습니다.”
서운은 잠시 고민했다. 염라대왕과의 거래 이후, 그는 인간의 욕망에 흔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연화의 손을 뿌리치기엔 마음이 약해졌다.
“네가 원한다면 내가 지켜주마.”
결국 서운은 조용히 대답했다.
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놓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어려 있었다.
“이제 시험이 시작된 거야.”
서운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뇌었다.
그날 밤, 서운은 잠들지 못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유난히 차가웠다. 문득 염라대왕의 음성이 다시 귓가를 스쳤다.
“인간의 욕망이 너를 저승으로 이끌 것이다.”
서운은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연화의 손끝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이 길의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5: 최후의 심판
박서운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마당에 서 있었다. 어둠이 걷히고 새벽빛이 마을을 희미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의 발밑에서 이슬이 흙을 적시고 있었지만, 서운의 눈은 저택 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문 안에는 아직 깊은 잠에 빠진 최연화가 있었다.
‘나는 그녀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마음속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듯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낮고도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박서운, 시험의 끝에 다다랐구나.”
서운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염라대왕이 서 있었다. 검은 도포 자락이 바람에 흔들렸고, 그 눈빛은 서늘하게 그를 꿰뚫고 있었다.
“대왕이시여.”
서운은 고개를 숙였다.
“네가 인간의 욕망을 넘어서기 위해 싸우고 있었음을 알고 있다.”
서운은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너는 분노와 욕망에 흔들렸다.”
그 말에 서운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닙니다. 저는 연화를 지키기 위해—”
염라대왕은 그의 말을 끊었다.
“네가 그녀를 지키는 것은 좋다. 하지만 네 안에 품은 것은 분노가 아닌가? 이방 최만석이 죽었을 때, 너는 안도하지 않았느냐.”
서운은 숨이 멎는 듯했다. 염라대왕의 눈빛이 깊어졌다.
“네 마음속에는 아직도 복수의 불씨가 살아있다. 그것이 결국 너를 이곳으로 다시 불러들일 것이다.”
서운은 손을 꽉 쥐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저는…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염라대왕은 서운을 잠시 바라보았다.
“인간의 마음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욕망과 분노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네가 그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나는 네게 다시 삶의 기회를 주겠다.”
서운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다면 저는 욕망을 거스르고 살아가겠습니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이 삶은 너에게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다.”
서운은 고개를 숙이며 염라대왕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대왕이시여.”
염라대왕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어둠 속에서 그의 형체는 점점 희미해졌고, 새벽빛이 서운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췄다.
서운은 차가운 이슬을 밟으며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연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삶으로 돌아왔지만, 이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면 다시 염라대왕 앞에 서게 되리라.”
서운은 다시 시작된 삶을 깊이 받아들이며,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시험은 끝났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박서운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염라대왕과 거래를 맺고, 두 번째 삶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지요.
그의 앞에 놓인 길은 과연 구원의 길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심판의 시작일까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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